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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도 필리핀 어학연수 후기(박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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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형연
조회 6,468회 작성일 12-04-1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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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한 달

 벌써 3년째 학숙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1학년 때부터 학숙에서 살면서 학숙은 정말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의무적인 영어회화 수업은 왜 그렇게 듣기 싫었는지 모르겠다. 무료수업에 공부만 열심히 하면 어학연수도 보내주는 좋은 곳인데...
 1학년 때부터 학숙에서 생활했던 탓인지, 해가 지날수록 부모님께서 필리핀 어학연수 못가냐고 압박을 주셨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아직 시간이 많다고, 졸업하기 전에 한번 못  가겠냐고 큰소리를 쳤다. 3학년 1학기가 시작되었을 때, 이번에 열심히 하지 않으면 정말 아까운 기회를 놓칠 것 같아서 어학연수 장학생이 되기 위해 영어회화 수업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드디어 선발되었다.
 다행스럽게도 필리핀 어학연수 장학생에 선발된 사람들이 내가 거의 아는 사람이었다. 첫 어학연수라서 불안감과 긴장감이 없진 않았지만 아는 친구들이 있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필리핀행 비행기에 올랐다. 금요일 밤 12시에 출발해서 어학원에 도착하니 토요일 밤 9시였다. 방 배정을 받고 짐을 풀고 첫 날은 이렇게 휴식을 했다. 그 다음날엔 환전을 하고  쇼핑을 하기위해 지프니를 타고 SM city로 갔다. 이곳은 마치 한국의 대형쇼핑몰을 보는 듯 했다. 쇼핑을 마치고 어학원에 돌아와서는 토익 시험을 쳤다.

 여기서는 아침을 7시 30분부터 8시까지 먹고 8시부터 바로 1교시 수업이 시작된다. 첫째 날 첫 번째 수업, 우리는 각자 개인 시간표를 받고 수업에 들어갔다. 그룹수업 3시간, 1:1 수업 4시간, 자습 2시간 그리고 저녁을 먹고 8시부터 10시까지는 의무 자율학습. 이렇게 빡빡하게 짜인 시간표를 보니 다시 고등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설레는 마음과 긴장되는  마음을 안고 나와 한 달 동안 수업 할 튜터들을 만났다. 학숙에서도 꾸준히 영어회화 수업을 들었지만 나는 주로 그룹수업을 들었었고, 여기와서 1:1로 총 4시간을 단둘이 영어로만  대화를 하려고하니 너무 막막하기도 하였다. 다행히도 튜터들은 나의 말을 잘 들어주었고, 나는 대화가 끊기지 않기 위해 문장을 만들려고 무진장 애를 썼던 것 같다. 처음엔 너무 빠른 말들과 내가 모르는 단어들이 종종 있어서 대충 느낌으로 알아듣고 대답을 했으며, 그들의 말을 들으려고 너무 집중해서 말하는 걸 봤더니 수업이 끝나면 눈도 피로하고 온 몸이 녹초가 되는 듯 했다. 우리가 받은 교재가 그렇게 어려운 책이 아니었지만, 쉬운 교재가지고 모든 걸 영어로 설명 듣고 영어로 말을 해야 하니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하루 7시간의 수업이 끝나면 복습을 하고 숙제를 하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몰랐었다. C&C 어학원 수업 중에서 제일 좋았던 점은 1:1 수업, 그 중에서도 Speaking과 Writing 시간이었던 것 같다. Speaking 시간에는 나의 짧은 문장에 살을 붙여주며 어떤 식으로 대답을 해야 하는지 꼼꼼히 체크해주었고, Writing 시간에는 간단한 문법과 작문을 체크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또 매일 하나의 토픽이 주어지는데 그 주제에 대해 나의 의견을 작문하는 것이었다. 한국말로도  나의 의견을 적기가 쉬운 게 아닌데 영어로 적으려니 이 숙제를 하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뺏겼던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 투자한 시간이 결코 아깝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처음에  시간이 많이 걸릴 뿐이지 꾸준히 할수록 토픽 적는 시간이 단축되었기 때문이다. 1:1 수업도 너무 좋았고, 그룹수업 중에 Conversation 시간도 너무 좋았다. 하지만 토익 listening은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reading 수업은 별로였던 것 같다. 토익 문법수업을 영어로 설명하고 문제풀이도 영어로 하니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이 수업시간이 1교시여서 잠이 쏟아지기도 했고 나에겐 별로 효율적인 수업이 되지 못했다.
 둘째 주 토요일 오후, 어학원에서 준비한 작은 프로그램이 있었다. 간단한 테스트와 함께 화상전화로 영어수업을 하는 것이었다. 여기 어학원에서는 실제 수업뿐만 아니라 화상전화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직접해보니 역시 현장감이 떨어졌다. 처음에는 한국에 돌아가서도  이런 식으로 매일 전화해서 얘기하다보면 실력이 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화상전화도 좋지만 1:1 수업만큼 효율적이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적응을 하면서 이곳에서의 생활이 너무 즐겁고 재밌었다. 튜터들과도 많이 친해져서 농담까지 할 정도였다. 그리고 나는 영어를 잘 하고 싶은데, 영어공부 하는 게 너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고 했더니 튜터들이 자막 없이 영화를 보거나, 미드를 보는 것도 재밌게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추천해주었다. 또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영어로  매일 일기를 쓰는 것도 작문실력을 향상시키는데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이곳에서 나의 생활은 평일엔 수업과 예습복습, 주말엔 놀러 다니는 것이었다. 물론 공부도 중요하지만 언제 또 올지 모르는 이곳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말에 신나게 놀기 위해서 평일에 더 열심히 공부를 했는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한국인  매니저 언니가 계속 따라다녔지만, 늘 따라다닐 수는 없었다. 튜터들에게 이곳의 맛 집과 놀 거리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고 우리끼리 지프니를 타고 주말마다 신나게 놀았던 것 같다. 빅피자와 빅햄버거가 기억에 남는다.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고 가격도 저렴했다.

 마지막 주말에는 보라카이에 놀러갔다. 버스를 6시간 넘게 타고 다시 배를 타고 또 차를 타고 드디어 보라카이에 도착했다. 이렇게 유명한 관광지에서 방을 구하기란 너무 힘들었다. 새벽 5시에 출발해서 오후 1시쯤 넘어서 도착했는데, 겨우 방을 잡고 식사를 하니 3시쯤이었다. 지칠 대로 지쳤지만 1박2일의 금 같은 시간을 낭비할 수 없어서 얼른 보트를 잡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물도 너무 맑고 하늘도 예뻤다. 스노쿨링을하고 사진을 찍고 놀다보니 벌써 해가졌고, 보트위에서 보는 일몰은 정말 끝내줬다. 그리고 해산물을 먹기 위해 해산물 시장에 갔는데, 나중에 튜터한테 얘기를 들어보니 우린 너무 비싸게 주고 바가지만 썼다. 거기서 헤나도 하고 피곤했지만 나름대로 알찬 여행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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